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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보이스피싱 당하는 사람이 있나요? (ft. 첨단범죄 수사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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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보이스 피싱당하시는 분이 있나요?
바로 접니다!


어제 일어난 생생 후기!
보이스 피싱 레퍼토리 
샅샅이 파헤쳐 볼게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굵은 글씨는 전형적인 레퍼토리입니다.
통화 중이시라면 제발 끊으세요..)

 

 

일단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모르는 번호는 원래 안 받는데

하필 티맵 택시를 부른 상태라
택시 기사 분인 줄 알고
전화를 받게 됩니다.
(불행의 서막)

 

 


 

가족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빕스를 향하던 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서울 중앙지검 첨단범죄
수사 1부 김진혁 형사

 

 

 


 

 

전화 통화 내용은 대강

제 이름 얘기하면서 000 씨 맞냐

현재 본인과 연루된 명의도용 사건이 접수되어 몇 가지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2018년 12월 20일 목요일 농협은행, 기업은행 문래 지점에서 본인 명의로 대포통장이 개설돼서 범죄에 이용됐고,

그 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각각 얼마다. 총피해액이 3350만 원에 달한다.

그리고 지금 본인도 공범으로 의심받아서 본인 앞으로 고소 고발이 26건 접수돼 있는 상태다. 이런 식으로 겁을 줍니다.

 

 

 

 

최근에 민증이나 여권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지 물어보고..

피해자만 200명이고 공범은 10명인데 6명은 이미 검거했고 어쩌고 합니다.

수원시 팔달구 사는 40세 이상 79년 생 김태환 씨랑 관련이 있는지

이 사람이 원래 농협 과장~부장을 지냈던 사람이라 범행에 연루된 은행 직원들도 많다. 

금융감독원이랑 협의해서 내사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인, 가족에게 발설하면 안 된다.

 

 

 

이런 얘길 하면서 저한테
계좌 정보를 물어보더라고요.

명의가 도용당했기 때문에
본인이 계설 한 계좌가 아니면 동결 처리해야 해서
본인 계좌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통장에 금액을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1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면
본인 계좌가 아닌 걸로 간주
한다고 합니다.

무슨 계좌에 얼마가 있는지,
00 은행 예금, 적금, 청약 100만 원 이상인지 10만 원 미만인지 물어봅니다.
<< 이걸로 얼마나 뜯어 낼 수 있나  간 보는 거 같아요.

다른 분들 찾아보니까
잔액이 적으면 이 정도에서 끝내더라고요ㅜㅜ
 
근데 전 하필 마침 목돈이 있었어서... 휴..

(제가 성질이 급해서
그냥 계좌 번호를 불러주려 하니까
상대방이 그런 거 함부로 말해주면
안 된다고 막더라고요..?

자아 충돌인지..?ㅎㅎ)

 

 

 

 

아무튼 간 보고 뜯어 낼 만하다고 생각이 들면
계속해서 전화를 진행합니다.

진술이 녹음되고 있기 때문에
전화를 1분 이상 끊으면 안 된다고도 합니다.

진짜 어이없는 건
자기 이름을 먼저 말해주면서 적어 놓으라고,
담당인데 이름은 알아 놔야 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
필요한 내용 메모까지 하라면서
시간도 줍니다...
(넙죽 필기까지 해서 그걸로 포스팅 중...)

 

 

 

 

아무튼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겁을 주다가 

네가 비록 공범 의심은 받고 있지만
나는 널 의심하지 않고
너의 공범 혐의를 풀어줄 거다
라는 제스처
를 보냅니다.

그러면서도 본인 입장에서는
개설된 걸 몰랐고 피해자겠지만..
피해사실 입증해야 혐의가
풀린다면서 회유합니다.

사건 번호를 알려주고 담당 검사에게
넘겨주고 제대로 취조를 시작합니다.

 

 

 

 


 

전화를 돌려받은 자칭 검사^^

서울 중앙지검 첨단범죄 수사 1부 김정호 검사..^^
(나중에 찾아보니 보이스피싱으로
유명인사더라고요.)

전화를 건네받고는 여태 형사가 말한 거
이해했냐고 되묻습니다. 

제가 또 브리핑 후루룩하면
지가 다시 설명합니다
이 부분이 틀렸고 어쨌고 합니다.

(지들끼리 소통 안돼서
얼마나 설명했는지 보려고 묻는 듯..)

 

 

 

 

그러다가 인터넷 주소를 줍니다.
전 접속 안된다고 했더니 두 개나 알려줬어요.

https 다 지우고

118.160.12.176

220.136.10.199

(들어가지 마세요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해킹위험성이 있다고 합니다.)

 

 

 

 

들어가면 이름이랑
주민등록 번호 입력
하고
사건 번호 조회하라고 한단 말이에요..?

그거 입력하면 가린 곳에
제 이름이랑 주민번호가 입력돼서 
뜹니다.

제 생각엔
앞 단계에서 입력한 게
자동으로 입력돼서
매번 같은 화면에
이름만 바뀌는 거 같아요.

(통화시간....눈 감아..ㅜ)

(근데..좀 그럴싸하지 않나요...?
ㅎㅎㅎ 다들 조심하세요.)

이 화면 확인하고 뭐라 뭐라 한 후에 또 뒤로 가기해서

예금 보호하기?
탭에 들어가서 계좌 번호랑
비밀번호를 치라고 합니다
...ㅎㅎㅎ

전 당연히 제 정보를 치고 확인까지 눌렀습니다.

근데 다행히도 ....
아이폰이 절 살렸어요....
확인 버튼을 눌러도 작동이 안 되고
로딩 중이 떠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계속 입력 실패하니까
지들이 예금 보호해준다고
말 바꾸고 다음으로 진행합니다.

 

 

 

강압수사를 할 건지,
협조 수사를 할 건지 고르라고 합니다.

강압수사는 지금 당장 모든 계좌가 동결되고
사건 해결에 6~12개월이 걸리며,
검찰에 5번 정도 출석해야 하고,
범죄기록에 남게 된다고 웅앵

협조 수사는 2~3시간이면 마무리되고,
제가 직접 움직이는 거라
이동 교통비를 82000원까지 지원 해준다고 합니다.

빨리 끝내는 게 좋잖아요..?
협조 수사한다고 했더니
가까운 은행으로 가라고 합니다.

가는 동안 또 할 일이 있는데
통화기록 조회로는 부족해서

SNS 조사해야 한다고
카톡 셀룰러 데이터를 끄라고 해요.
다른 사람이랑 연락 못하게 하려고 하는 거겠죠 뭐..

 

 

또 은행에 가서도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로
은행 업무를 보라고 한단 말이에요..?

창구 직원도 사건에 연루 어쩌고 하면서
검사님 제가 어쩌고 이런 소릴
입 밖으로 꺼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은행에 가서 할 일은
계좌의 1일 한도를 최대로 높이라고 하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이제야 상식 찾기)

내 계좌가 위험한데...
하루 한도를 최대 1회로
제한하라는 것도 아니고...^^....

은행 들어가서 번호표 뽑고
시원한 바람맞으면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한 겁니다....^^..ㅎ

 

 

 

사실 아까 처음에 전화 왔을 때
긴가민가해서 검색을 했었거든요.

첨단범죄 수사 1팀 들었을 때
청담 수사라고 잘 못 들어서 검색했을 때
당연히 아무것도 안 나와서 통화를 유지한 건데..

문득 의심이 들면서
저 화면에 첨단범죄라고 쓰여있길래
다시 검색해보니
첫 게시글이 보이스피싱이라고...
딱...

혹시나 해서
법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내사건 번호 조회
를 했는데

안 나오고요..?

 

 

 

그제야 전화 끊고, 아직도 안믿겨서

서울 중앙지검에 전화해서
사건번호 조회하려고
상담사 분께 2019 조사 0588호 안건..
어쩌고 말씀드리니까 

 

상담사분이 바로...

몇 가지 질문을 하겠다. 010으로 전화가 왔는지?

(네.)

명의도용 얘기를 했는지?

(네)

전형적인 보이스 피싱 수법입니다~

(아 그럼..사건 번호 2019 조사 어쩌고)

없습니다~

 

전형적인 보이스 피싱이었던 겁니다...ㅎㅎㅎㅎㅎ

 


 

네 아무튼 저는 이렇게
보이스 피싱 문턱까지 다녀왔습니다.ㅎㅎ

전화 끊고도
다른 번호로 계속 전화 오더라고요...
받고 끊다가.. 차단.. 차단..

 

 

 

로딩 때문에 안 넘어갔지만..
입력했던 개인정보가 걱정이 돼서
은행 계좌 비밀 번호 다 바꿨습니다.

또 보이스 피싱당한 경우에는
당장 해당 계좌 출금 정지 신청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적금이나 청약은
본인이 신분증을 가지고 가서
해약하는 게 아닌 이상 건들 수 없다고 하고요.

은행에 문의하니
사이트 접속 만으로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어서
핸드폰은 서비스센터에 가서
점검
받는 게 좋다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제가 굵은 글씨 해놓은 내용은
2015년 이전부터
꾸준히 사용하던 레퍼토리였습니다.ㅎㅎ

항상 저걸 왜 당해?
바보 아냐?
하던 제가 정말 문턱까지..
다녀.. 와서 얼떨떨하고..
부끄럽지만..

 

상세히 써 놓으면 다른 분들은
안 당하실 거라 생각해서 남깁니다.

 

보이스 피싱 지킴이에서
설명하는 전형적인 특징인데도
당할 수밖에 없게 꼼꼼하더라고요..ㅎㅎ..

 

 


결론적으로

요새 보이스 피싱은
무작정 돈 부쳐라가 아닌
체계적인 레퍼토리가 있다는 점.

진짜 경찰이나 수사관
그리고 은행 등등 근무 경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팀 짜서 대본을 만들기에 그럴싸하다는 점.

난 안 속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도
속을 수 있다는 점.

진짜 하필 작년에 문래동에 갔고,
하필 요새 중고거래를 시작해서
계좌정보가 팔렸다 보니

아차 하는 순간에
어느샌가 꼭두각시처럼
놀아나고 있더라고요..ㅎㅎ
다신 안 당하겠죠...?ㅎㅎ..

 

 

 

 

 

그리고 보이스 피싱에 당하셨다면

꼭 꼭 계좌 출금 정지하고,
비밀번호 바꾸기,
피싱 사이트 접속한 경우
서비스 센터에 가서 점검받기.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무튼 만약 이 글을 보이스피싱 일당이 본다면...
서로 밥은 먹어가며 합시다...
그리고 그렇게 살지 마세요^^

점심도 못 먹고 보이스 피싱당한 후기. 끝.

 

 

+

최근에 또 전화가 왔다.
역시나 개인 휴대폰 번호로 찍혔고
서울중앙지검이랜다.
'저 이 전화 얼마 전에 받았어요' 하니까
아 네~ 하고 끊더라
아 네는 무슨 진짜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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